미군, 비싼 무기에서 값싼 드론 물량전으로 전략 바꾼다

워싱턴
미 전쟁부가 값싼 소형 자폭 드론을 탄약처럼 대량으로 사들이는 '드론 도미넌스(Drone Dominance)' 사업의 2단계 주문에 들어갔다. 전쟁부는 9월 18일(현지시간) 2차 실전형 시험평가인 '건틀릿(Gauntlet) 2'의 상위 업체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에게서 드론 약 6만 대를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근접전 부문 1위와 장거리 타격 부문 3위에 오른 미국 업체 네로스(Neros)는 9월 30일 드론과 폭약 탑재물 1만4,000대분, 1억 달러가 넘는 주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대당 수백만 달러짜리 정밀 미사일에 기대 온 미군이 대당 수천 달러짜리 드론을 대량으로 쏟아붓는 물량전 체제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헤그세스는 "200만 달러짜리 미사일로 값싼 드론을 쏘아 떨어뜨릴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전환의 출발점은 피트 헤그세스 장관이 지난해 7월 10일 서명한 '미군 드론 지배력 해방(Unleashing U.S. Military Drone Dominance)' 메모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메모에서 드론을 "한 세대 만에 나온 가장 큰 전장 혁신"으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사상자 대부분이 드론에서 나오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적들은 해마다 값싼 드론을 수백만 대씩 만든다"며 "전 세계 군용 드론 생산이 지난 3년 동안 치솟는 사이 전임 행정부는 규제만 늘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군 부대는 현대 전장이 요구하는 치명적인 소형 드론을 갖추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 메모는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해 6월 6일 서명한 행정명령 14307호 '미국 드론 지배력 해방(Unleashing American Drone Dominance)'을 군에 적용한 후속 조치다. 헤그세스 장관은 "전쟁부는 이 명령을 넘어서겠다"며 미국산 제품 수백 종을 군 구매 대상으로 승인하고 생산을 가로막던 규제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 메모는 2026회계연도 말까지 육군의 모든 분대에 소형 자폭 드론을 갖추도록 지시했다. 무게 55파운드(약 25킬로그램) 이하인 1·2그룹 소형 드론은 반납과 분실 조사가 따르는 장비가 아니라 소모품으로 분류하게 했고, 구매와 운용 권한은 일선 지휘관에게 내렸다. 소형 드론 대량 운용을 시험하는 실험 부대는 인도·태평양 부대부터 우선 편성하게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메모에 "소형 무인기는 고급 항공기보다 탄약에 가깝다"며 "싸고, 빠르게 교체할 수 있고, 소모품으로 분류돼야 한다"고 썼다.
두 번째 단계는 지난해 12월 나왔다. 전쟁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ne Big Beautiful Bill)' 예산 10억 달러로 2년 동안 4단계에 걸쳐 소형 자폭 드론 약 34만 대를 사들이는 계획을 업계에 제시했다. 1단계에서는 12개 업체가 대당 평균 5,000달러에 모두 3만 대, 1억5,000만 달러어치를 만들고, 이후 단계로 갈수록 업체 수를 5곳까지 줄이면서 주문량은 15만 대로 늘리고 단가는 2,300달러까지 낮추는 구조다. 헤그세스 장관은 영상 메시지에서 "2026년에 수만 대, 2027년까지 수십만 대를 전력에 넣겠다"고 말했다. 그는 냉전 이후 방산업체가 수백 곳에서 수십 곳으로 줄었고 국방부는 30년 동안 양보다 질에 예산을 썼다고 짚은 뒤 "우리는 200만 달러짜리 미사일로 값싼 드론을 쏘아 떨어뜨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1단계 평가는 올해 2월 조지아주 포트베닝에서 열렸다. 초청받은 25개 업체가 시제품을 가져와 장병들에게 조작법을 가르쳤고, 장병들이 직접 표적 탐색과 고정, 타격 임무를 수행해 점수를 매겼다. 서류상의 요구조건이 아니라 실제 임무 수행 결과로 무기를 고르는 방식이다. 3월 공개된 결과에서 상위 11개 업체가 주문을 받았다. 에밀 마이클 전쟁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수백 개 업체가 사업 참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일정표에 따르면 폭격형 드론 임무를 다루는 다음 평가 '건틀릿 2.5'는 11월께 열린다.
이란전 39일이 미군의 고가 미사일 창고를 비웠다
물량전 전환의 절박함은 이란전에서 확인됐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5월 27일 보고서에서 39일 동안 이어진 대(對)이란 폭격·방공 작전이 핵심 탄약 재고를 크게 줄였다고 분석했다. 미 해군은 이 전쟁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1,000발 넘게 쐈다. 미국이 지난 10회계연도(2015~2026) 동안 조달한 토마호크는 연평균 86발이었다. 해군은 2027회계연도 예산에 785발을 요청했지만, CSIS는 이 물량이 34개월의 생산 기간을 거쳐 2030년 3월부터 들어온다고 추산했다.
방공 요격미사일은 더 빠듯하다. 미군은 이란전 개전 이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요격미사일 재고의 약 5분의 4,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의 약 절반을 소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CSIS는 전쟁 전 미국의 재고를 최신형 패트리엇 두 종류 약 2,200발, 사드 452발로 추정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10월 5일 자료에서 미군이 패트리엇 약 1,700발, 사드 200발, SM 계열 함대공 요격미사일 150발을 썼다고 정리했다. 의회예산처(CBO)는 9월 미군이 일부 요격미사일 재고의 "절반에서 3분의 2 정도를 썼을 것"으로 추산했다.
다시 채우는 데는 몇 년이 걸린다. CSIS에 따르면 사드는 현재 연 96발을 만드는 수준이고, 록히드마틴은 이를 연 400발로 늘릴 계획이다. 최신형 패트리엇(PAC-3 MSE)은 연 650발 안팎을 만들지만 절반은 동맹국과 협력국 몫이다. 육군이 2027회계연도에 요청한 패트리엇 3,203발은 2029년 5월부터 인도가 시작된다. 헤그세스 장관도 재고를 채우는 데 "무기체계에 따라 몇 달에서 몇 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에 대규모 탄약 조달을 담고 방산업체들과 생산능력 확대 협약을 잇달아 맺었다. CSIS는 "지금의 문제는 돈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진단했다. 협약에 따라 레이시언(RTX)은 토마호크 연간 생산능력을 1,000발 이상으로, 록히드마틴은 패트리엇 생산을 기존 설비로 낼 수 있는 최대치인 연 2,000발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패트리엇 한 발 값이면 샤헤드형 자폭 드론 80대를 넘게 만든다
미군이 값싼 드론으로 방향을 튼 논리는 교환비(cost-exchange ratio)다. CSIS 퓨처스랩은 지난해 2월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쓰는 이란 설계 샤헤드형 자폭 드론 한 대 값을 3만5,000달러로 잡았다. 같은 보고서는 패트리엇 PAC-3 요격미사일 한 발이 300만 달러가 넘는다고 적었다. 패트리엇 한 발 값이면 샤헤드형 드론을 80대 넘게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