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호남 반도체 삼성·SK 증인 채택을 요구하며 퇴장해 기후노동위 오전 국감이 질의 없이 끝났다

서울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기후노동위) 국민의힘 위원들이 19일 국정감사장에서 퇴장했다. 호남 반도체 사업을 점검하겠다며 요구한 삼성전자·SK 관계자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감사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와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 분야 소속·산하 기관을 대상으로 국회에서 열렸다. 오전 감사는 의원 질의 없이 끝났고 오후 2시에 다시 열렸다. 국회방송이 생중계한 회의 영상에 이 과정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증인 채택 시한이 이날이라며 삼성·SK 관계자 출석을 요구해
감사는 김정호 위원장의 개시 선언으로 시작됐다. 위원장은 헌법 제61조와 국회법 제127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사를 연다고 밝혔다. 기관 증인들은 증언감정법에 따라 양심에 따라 사실대로 증언하겠다고 선서했다. 위원장은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를 거부하거나 거짓 증언을 하면 고발될 수 있다고 알렸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이정복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인사말과 업무보고를 했다. 나머지 기관의 업무보고는 서면으로 대신했다. 업무보고가 끝나자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졌다.
첫 발언자는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양당 간사가 논의했지만 이날 오전까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삼성전자와 SK의 회장, SK 손자회사 대표이사 등 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과 유치가 이어지고 있다며 과잉 투자와 부작용을 막는 것이 국회의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시한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오늘이 이제 D데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데드라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대기업 총수의 증인 출석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총수 출석이 어렵다면 책임 있게 답변할 사람이라도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은 13일 고용노동부 감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은 위원장과 여당의 책임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26일 종합감사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하면 이날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김 의원은 호남 반도체 사업의 투자 규모와 일정, 전력과 용수 확보, 지역 상생 방안을 국감에서 물어야 한다고 했다.
시한은 법에 근거가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증언감정법) 제5조 제5항은 출석요구서가 "늦어도 보고 또는 서류등의 제출 요구일이나 증인 등의 출석요구일 7일 전에 송달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1항에 따라 출석요구서는 위원장이 발부한다. 김정호 위원장도 이날 증인 채택에 관해 "일주일 전에는 통보를 해야 되니깐요"라고 말했다. 위원장은 양당 간사가 협의를 이어 가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총수가 아니어도 부문장급 실무 책임자라도 나와야 한다고 주장해
국민의힘은 요구 수준을 낮춘 안도 내놨다. 나경원 의원은 실무 책임자급 증인도 좋다고 이미 말했다며 반드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나 의원은 다시 발언을 신청해 "이재용, 최태원 회장 절대 고집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책임 있는 부문장급이 나와 전력과 용수, 부지가 원활하게 준비되고 있는지 하나하나 짚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민주당이 증인 문제에서 "철벽 방어"를 하고 있다고 했다. 나 의원은 여당 지도부나 청와대가 이 문제를 논의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 지시 여부는 나 의원의 주장이다. 나 의원은 국민의힘 검토로는 전력과 용수가 기본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이 역시 나 의원의 주장이다. 나 의원은 공장만 짓고 가동하지 못하면 호남 주민에게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한국수자원공사에 호남 반도체의 전력·용수를 물었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업을 통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 교차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최소한 실무자라도 나오게 해 달라고 했다. 김 의원은 합의가 안 되면 잠시 정회해서라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산업재해 관련 증인 요구도 나왔다.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8년 동안 3건의 사고로 13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한화 계열사에서 19건의 사고로 23명이 숨졌다고 했다. 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는 윤 의원이 제시한 수치다. 윤 의원은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못한다면 "산업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위원회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력과 용수는 출석한 공기업과 정부에 물으면 된다고 맞서
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전력과 용수 문제를 물을 상대가 이미 출석해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감사에는 수자원공사 사장이 나왔고 이날은 한전 사장과 발전사 사장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이 문제에 정확히 답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양당 간사가 합의하지 않으면 증인 채택이 쉽지 않은 것이 관례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호남 반도체의 의사결정은 정부를 상대로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기업 총수를 부르라는 요구는 정부가 아니라 야당이 기업 팔을 비트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 의원은 전력과 용수 공급은 정부의 책임이라며 정부와 한전에 따져 물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끼어들어 고성이 오갔고, 위원장은 발언 자제를 요청했다.
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개별 기업의 투자 문제를 국회가 모두 불러 따지는 것이 국회의 일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기업 투자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는 국가가 준비할 인프라 문제라며 정부와 한전, 수자원공사에 물으면 된다고 했다. 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매번 오전 내내 질의를 못 한다며 질의부터 시작하고 협의는 간사들이 이어 가 달라고 요청했다.
비교섭단체 의원들은 양당을 함께 비판해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은 양당의 대립으로 검증할 사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먼저 민주당의 소극적 태도에 유감을 표했다. 서 의원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가 국가 전력 수급에 큰 영향을 준다며 증인이 어렵다면 참고인으로라도 채택해야 한다고 했다. 서 의원은 국민의힘도 기업의 투자 결정이 정부 압박에 따른 것인지를 둘러싼 정치 공방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만도 중대재해 사망사고와 관련한 정몽원 회장의 경영 책임과 불법 파견 의혹도 국감에서 다뤄야 한다며 증인 채택이 왜 안 되느냐고 물었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정치 공세로 국감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며 감사를 그대로 진행하자는 의견을 냈다.
오전 감사는 질의 없이 중지됐고 위원회는 동행명령을 의결해
위원장은 협의는 간사들에게 맡기고 일문일답 질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간사는 앞선 발언에서 산업재해 관련 증인은 여야 이견이 없던 부분이라며 먼저 합의하자고 했다. 간사는 부문장급이라도 불러 호남 반도체를 확인하자는 안은 여당도 받아들일 만하다고 말했다. 위원장이 질의 시작을 제안하자 간사는 반발했다. 간사는 고성이 오가도 위원회가 일방적으로 회의를 진행한 예는 없었다고 말했다. 간사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증인 문제를 정리한 뒤 감사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이 공방 사이에 국민의힘 위원들이 회의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