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미) 대법원, 9·11 주모자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의 '사형 면제' 합의 부활 요청 기각

워싱턴
미국 연방대법원이 19일(현지시간) 9·11 테러 주모자로 기소된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Khalid Shaikh Mohammad)의 '사형 면제' 유죄인정 합의를 되살려 달라는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날 공개한 명령 목록에서 모하메드와 무스타파 아흐메드 아담 알하우사위가 함께 낸 상고(26-13)와 왈리드 빈 아타시가 따로 낸 상고(25-1335)를 모두 기각했다. 군사위원회 소집권자가 세 사람과 맺은 합의를 로이드 오스틴 당시 국방장관이 2024년 8월 철회한 것은 적법하다는 D.C. 연방항소법원 판결이 확정적으로 남게 됐다. 관타나모 군사위원회 재판은 검찰이 사형을 구할 수 있는 상태로 계속된다.
대법원은 모하메드·알하우사위와 빈 아타시의 상고를 함께 기각해
두 사건은 대법원의 10월 19일 명령 목록 '상고허가 신청 기각(CERTIORARI DENIED)' 항목에 나란히 올랐다. 모하메드 사건 항목에는 "The petition for a writ of certiorari is denied(상고허가 신청을 기각한다)"는 문구와 함께 "Justice Kavanaugh took no part in the consideration or decision of this petition(캐버노 대법관은 이 신청의 심리와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주석이 붙었다. 빈 아타시 사건에는 이런 주석이 없다. 대법원은 기각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두 사건 항목에 반대 의견 표시는 없다.
캐버노 대법관은 앞서 6월 29일 모하메드 측이 부록 일부를 비공개로 제출하게 해 달라고 낸 신청을 대법원이 받아들일 때도 참여하지 않았다. 사건기록에는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적혀 있지 않다.
두 상고는 두 차례 심리 일정이 밀렸다. 사건기록에 따르면 두 사건은 9월 28일 비공개 회의에 배정됐다가 일정이 바뀌었고, 10월 9일 회의에 다시 배정됐다가 또 미뤄졌다. 두 사건은 10월 16일 회의에 다시 배정된 뒤 19일 기각됐다.
모하메드와 알하우사위 측 대리인은 스텝토 로펌의 미셸 파라디스(Michel Paradis) 변호사다. 빈 아타시 측은 버지니아대 로스쿨 연방대법원 소송 클리닉의 샤오 왕(Xiao Wang) 변호사가 맡았다. 정부 쪽에서는 D. 존 사우어 법무부 송무차관이 답변서를 냈다.
합의는 사형 구형을 빼는 대신 모든 혐의에 대한 유죄 인정을 담아
D.C. 연방항소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9·11 테러로 "2,976명이 숨졌다(killed 2,976 people)". 모하메드와 알하우사위의 상고 신청서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03년 3월 붙잡혀 약 3년 반 동안 중앙정보국(CIA) 비밀시설에 외부와 단절된 채 갇혀 있었다. 이들은 2006년 9월 관타나모로 옮겨졌고 2008년 6월 5일 군사위원회에서 기소 인부 절차를 밟았다.
합의 협상은 2022년 3월 정부가 먼저 시작했다. 빈 아타시 측 신청서는 협상이 "27개월" 동안 이어졌다고 밝혔다. 피고인 세 사람은 2024년 7월 29일과 30일 합의서와 범죄 사실을 시인하는 사실 인정서에 서명했다. 군사위원회 소집권자인 수전 에스칼리어 예비역 육군 준장은 7월 31일 합의를 받아들였다.
항소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모든 혐의와 세부 혐의(all charges and specifications)"에 유죄를 인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 대가로 사형을 구하지 않기로 했다. 피고인들은 공개 양형 심리에서 희생자 유족들의 질문에 답하고, 포기할 수 있는 신청은 모두 포기하며, 계류 중인 신청은 철회하기로 했다. 군사위원회 재심법원에 자동으로 넘어가는 항소도 포기했다. 형량은 군사위원회 배심원 격인 위원들이 정하도록 했다.
빈 아타시 측 신청서는 합의에 범죄로 금전적·물질적 이익을 얻지 않고 미국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가담하지 않으며 미국에 대한 적대 행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같은 사건의 공동 피고인 알리 압둘 아지즈 알리(알발루치)는 합의를 맺지 않았다.
오스틴 당시 국방장관은 합의 승인 이틀 뒤 철회를 지시해
로이드 오스틴 당시 국방장관은 2024년 8월 2일 에스칼리어 소집권자에게 보낸 각서로 합의를 철회했다. 항소법원 판결문이 인용한 각서에서 오스틴 장관은 "in light of the significance of the decision to enter into pre-trial agreements(재판 전 합의를 맺는 결정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그 결정의 "responsibility for such a decision should rest with me as the superior convening authority(책임은 상급 소집권자인 나에게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소집권자에게 넘겼던 합의 권한을 거둬들이고 합의를 철회했다.
쟁점은 시점이었다. 군사위원회 절차규칙(R.M.C.) 제705조(d)(4)(B)는 소집권자가 "피고인이 합의에 담긴 약속의 이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언제든지(at any time before the accused begins performance of promises contained in the agreement)" 합의에서 물러설 수 있다고 정한다. 피고인 측은 사실 인정서 서명, 보충 각서(Letterhead Memoranda) 동의, 8월 1일 심리에서 증인을 신문하지 않은 일이 모두 이행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철회 당시 이행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맞섰다.
법무부 답변서에 따르면 군사위원회법(10 U.S.C. 948h)은 소집권자를 "국방장관 또는 국방장관이 그 목적으로 지정한 미국의 장교나 관리"로 정한다. 같은 법 949a(a)는 국방장관에게 재판 전·재판·재판 후 절차를 정할 폭넓은 권한을 준다. 답변서는 각주에서 현 장관이 '전쟁부 장관(Secretary of War)' 직함도 쓴다고 밝혔다.
군사위원회 판사와 재심법원은 철회 시점이 늦었다고 결론 내려
1심 격인 군사위원회 판사 매슈 매콜 공군 대령은 2024년 11월 6일 피고인 측 손을 들어줬다. 매콜 판사는 결정문에서 국방장관이 에스칼리어 소집권자의 권한을 "철회(withdraw)"할 수 있게 한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매콜 판사는 국방장관이 그런 권한을 가졌다 해도 "the Secretary's new power would only be effective prospectively, not retroactively(장관의 새 권한은 소급하지 않고 장래에만 효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매콜 판사는 "Mr. Mohammad, Mr. bin 'Attash, and Mr. Hawsawi all began performance(모하메드, 빈 아타시, 알하우사위 모두 이행을 시작했다)"고 봤다. 결정문은 "the three PTAs remain valid and are enforceable(세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고 집행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리고 유죄 인정 절차를 위한 심리 일정을 잡겠다고 밝혔다.
군사위원회 재심법원(CMCR)은 2024년 12월 30일 매콜 판사의 결정을 유지했다. 블라덱 교수 의견서는 재심법원이 만장일치로 결정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D.C. 연방항소법원에 직무집행명령(mandamus)을 청구했다. 항소법원은 2025년 1월 9일 하급심 절차를 일시 정지시켰고, 같은 달 28일 구두변론을 열었다.
연방항소법원은 2대1로 국방장관의 철회가 적법하다고 판단해
항소법원은 2025년 7월 11일 정부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수 의견은 밀렛·라오 판사가 함께 썼고 윌킨스 판사는 일부 동의·일부 반대 의견을 냈다. 다수 의견은 군사위원회법이 국방장관을 "상급 소집권자(the superior convening authority)"로 정한다고 밝혔다. 다수 의견은 "The Secretary's power to delegate his convening authority in part necessarily includes the power to withdraw a delegation in part(소집 권한을 일부 위임할 수 있는 장관의 권한에는 그 위임을 일부 거둬들일 권한이 당연히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다수 의견은 피고인 측이 내세운 이행의 증거를 하나씩 배척했다. 증인을 신문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합의문 어디에도 없다(appears nowhere in the agreements' text)"고 봤다. 신청을 그대로 둔 데 대해서는 "silent inaction is not performance of that promise(말없는 무행동은 그 약속의 이행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실 인정서는 합의가 성립하기 전에 서명됐기 때문에 이행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법원은 매콜 판사의 2024년 11월 6일 결정을 무효로 하고 군사위원회가 철회된 합의에 따라 유죄 인정 심리를 열지 못하게 했다. 다수 의견은 기소가 "국방장관의 최선의 판단에 따라(according to the Secretary's best judgment)"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윌킨스 판사는 반대 의견에서 "The accused clearly and indisputably began performance of at least three of the many promises they made(피고인들은 자신들이 한 여러 약속 가운데 적어도 세 가지의 이행을 명백하고 다툼의 여지 없이 시작했다)"고 썼다. 윌킨스 판사는 "The government has not come within a country mile of proving clearly and indisputably that the Military Judge erred(정부는 군사위원회 판사가 잘못했다는 점을 명백히 입증하는 데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고 했다.
군사위원회 검찰에 따르면 항소법원은 하급심 정지 명령이 21일 뒤 풀리도록 했고, 판결은 정지가 끝난 2025년 8월 1일 효력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