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부순 자는 값을 치르고 약탈한 자는 물어내야"…프랑스 폭력 사태에 리옹·보르도 통행금지

프랑스 파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8일 오후 8시(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내고 전날 전국 시위 도중 벌어진 방화와 약탈을 강하게 규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폭력을 저지른 이들을 "극좌 소집단 출신 선동꾼과 여기에 합류한 다수의 범법자"로 지목하고 "부순 자는 값을 치러야 하고, 약탈한 자는 물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리모주에서는 시청이 불탔다. 대통령은 리옹 관광안내소 방화, 마르세유 시청 난입, 보르도 도지사 관저 공격도 거론했다. 리옹과 보르도 도청은 도심 일부에 통행금지를 시행하거나 예고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19일 범정부 위기대응반 회의 뒤 피해 상점 직원의 휴업수당을 100% 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마크롱은 극좌 소집단과 범법자를 폭력의 주체로 지목해
마크롱 대통령은 총리와 관계 장관들이 참석한 회의를 연 뒤 담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공개 일정에 따르면 회의는 18일 오후 5시 30분, 담화는 오후 8시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담화 첫머리에서 "어제, 10월 17일 토요일, 극좌 소집단 출신의 선동꾼들이 다수의 범법자와 합류해 우리 도시에서 고삐 풀린 폭력을 벌였다(des factieux, issus de groupuscules d'ultra-gauche, rejoints par de nombreux délinquants, se sont livrés à une violence débridée dans nos villes)"고 말했다.
대통령은 피해 범위도 직접 열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상점이 약탈당했고 공공건물과 가게, 시청이 공격을 받았으며 일부는 파괴됐다"고 했다. 폭력은 본토뿐 아니라 해외 영토에서도 벌어졌다고 대통령은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경찰과 헌병 수백 명이 다쳤다(Plusieurs centaines de policiers et de gendarmes ont été blessés)"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격 대상을 하나씩 짚으며 물었다. 대통령은 "왜 리모주 시청과 리옹 관광안내소를 불태우고, 마르세유 시청에 난입하고, 보르도 도지사 관저를 공격하는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국민을 대신해 경찰·헌병 등 치안 병력에 국가의 지지를 보낸다고 했다. 다친 이들과 가족, 시장과 지방의원, 피해 상인과 수공업자에게도 지지를 보냈다.
대통령은 처벌 원칙을 분명히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Ceux qui ont détruit doivent payer. Ceux qui ont pillé doivent rembourser(부순 자는 값을 치러야 한다. 약탈한 자는 물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는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되고, 법무장관이 검사에게 최대한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요구했다고 대통령은 밝혔다. 정부에는 "정보와 사전 대비 측면에서 모든 교훈을 얻으라"고 지시했다.
리모주에선 시청이 불타고 진압 병력의 탄약까지 바닥나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오트비엔주의 주도 리모주였다. 오트비엔도청은 18일 공개한 경과 자료에서 17일 리모주에서 국내치안법전 L211-1조에 따라 사전 신고된 시위가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치안 병력은 아침부터 배치돼 있었다.
도청 자료에 따르면 오후 2시 45분쯤 약 3,000명이 A20 고속도로 '카소' 진입로를 뚫으려 했고, 운전자들을 공격해 차량 여러 대를 부쉈다. 같은 날 도청이 낸 다른 보도자료는 오후 2시쯤 카소 일대에 모인 약 2,000명 가운데 500명 넘는 인원이 충돌을 노리고 진압 병력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인력을 추가로 불러들였고 헌병도 투입됐다. 도청은 진압 병력이 몇 시간 만에 보유한 비살상 무기와 탄약을 모두 소진했다고 밝혔다. 오후 4시에서 4시 30분 사이 약 2,000명이 저지선을 뚫고 고속도로에 들어가 경찰 차량 5대를 훼손했다. 도지사는 A20 고속도로 28번~36번 나들목 구간을 막고 긴급 탄약 보급을 요청했다. 보급품은 차로 약 1시간 거리인 코레즈도청과 국가경찰 물류센터 비상 비축분에서 왔고, 경찰관들은 오후 6시를 조금 넘겨서야 새 장비를 받았다.
그 사이 시위대 일부는 시내로 방향을 틀었다. 도청 경과 자료에 따르면 시위대는 직원들이 안에 있는 상태에서 시청 유리창을 깼고, 시청 직원들은 살해 위협을 받았다. 이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오후 5시 56분 불을 질렀다. 도청은 "건물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이 명백했는데도(en dépit de la présence manifeste de personnes dans celui-ci)" 불을 질렀다고 밝혔다. 경찰은 약 15분 만에 시청 앞 광장에서 약 800명을 해산시켰다. 이들은 도청 쪽으로 몰려갔다가 경찰과 헌병에 밀려났다. 도청은 시청이 대부분 파괴됐다고 밝혔다.
경과 자료에 따르면 경찰관 32명이 투척물에 맞았고 이 가운데 4명이 크게 다쳤다. 표시 경찰차 4대와 비표시 차량 1대도 파괴됐다. 시내 장 조레스 거리의 상점 여러 곳은 약탈당했다. 백화점과 은행도 표적이 됐지만 뚫리지 않았다. 휴대전화 매장과 고급 의류점은 부서지고 털렸다. 경찰은 하루 동안 진압용 수류탄(grenade)을 약 1,000발 사용했고 고무탄 발사기(LBD)를 410발 쐈다. 치안 작전은 18일 새벽 2시쯤 끝났다. 모리스 바라트 오트비엔 도지사는 18일 기준 19명이 구금 조사를 받고 있으며, 가담자를 적극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르도와 리옹은 도심 통행금지로 맞서
보르도가 속한 지롱드도청은 18일 낸 보도자료에서 노동총동맹(CGT)이 주최한 본 행진에 "수천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행진은 오후 2시 부르스 광장을 출발했다. 도청은 "폭력적인 개인 수백 명"이 도심에서 기물을 부수고 약탈했으며, 도지사 관저와 "매우 많은 상점"을 노렸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관 260명과 헌병 60명이 배치됐다. 18일 잠정 집계로 55명이 체포됐고, 치안 병력 15명과 시위 참가자 8명 등 23명이 다쳤다. 도청은 이 행진이 고교생 시위 운동의 연장선에서 열렸다고 밝혔다.
소피 브로카 지롱드 도지사는 토마 카즈나브 보르도 시장, 상공회의소, 수공업회의소와 협의한 뒤 보르도 도심 6곳에 통행금지를 시행한다고 20일 발표했다. 대상은 법정 대리인을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다. 적용 구역은 생트카트린 거리, 포르트디조 거리, 앵탕당스 거리, 생트카트린 산책로, 생프로제 광장, 제네랄사라유 광장으로 17일 약탈이 집중된 곳이다. 시간은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이고, 기간은 20일부터 26일 아침까지다. 도청은 이날 자료에서 17일 경찰과 헌병 400명, 물대포차 2대와 헌병 장갑차 2대를 투입했고 17일 낮부터 18일 새벽 사이 약 12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브로카 도지사는 "보르도 상인들이 토요일에 겪은 일은 용납할 수 없다"며 "시위의 자유가 약탈의 면허가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옹이 속한 론도청의 에티엔 기요 도지사는 20일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프레스킬 일부에서 모든 시위와 행진, 집회를 금지했다. 이어 20일 오후 9시부터 21일 오전 6시까지 같은 구역에서 통행금지를 시행했다. 도청은 전날 밤에는 공공질서를 어지럽힌 일이 없었다며 동원된 병력에 감사를 표했다. 구역은 북쪽 콩스탕틴 거리, 남쪽 콩데 대로, 동쪽 론강 우안 강변도로, 서쪽 손강 좌안 강변도로로 둘러싸인 곳이다. 테로 광장과 두 강의 다리는 구역에서 빠졌다. 술집과 식당, 영화관, 공연장은 문을 열 수 있게 했고 대중교통과 차량 통행도 유지했다. 귀가와 진료, 가족 긴급 상황, 공무 수행, 취재 중인 기자와 직무 중인 선출직 등은 예외로 뒀다.
리옹에서는 지방정부도 별도 지원에 나섰다. 론도청 자료에 따르면 리옹메트로폴은 긴급 지원과 피해 점포 보안, 장비 교체에 1,000만 유로를 배정했다. 상공회의소는 피해 상인 1인당 3,000유로를 더 얹어 주고, 수공업회의소는 피해 수공업자에게 1,500유로를 지급한다. 사회보험 징수기관(위르사프)은 사유를 밝힌 신청에 최대 2,000유로를 긴급 지원한다. 리옹 상공회의소는 21일 치안 당국과 함께 상인들의 고소장 제출을 돕는다. 위르사프는 신청 처리에 길어야 2~3주가 걸린다고 밝혔고, 재정 당국은 세금 납부 유예를 사안별로 검토한다.
르코르뉘 총리는 기소율 80%와 휴업수당 100% 보전을 내세워
르코르뉘 총리는 19일 범정부 위기대응반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 앞에 섰다. 총리는 "첫째는 매우 중대하고 대규모인 형사 대응"이라고 말했다. 총리는 구금 조사로 이어진 체포 사건의 기소율이 "거의 80%"에 이른다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은 "3분의 2가 성인이고, 거의 모두 남성"이라고 총리는 설명했다. 파리경찰청에서만 약 200명의 수사관이 영상과 사진을 분석하고 있다고 총리는 말했다. 총리는 복면이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약탈범을 영상으로 찾아내는 사후 수사를 예고했다.
배상 책임도 개인에게 묻겠다고 총리는 밝혔다. 총리는 의회에 올라오는 정부 법안이 사회보장 수당 압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법무장관이 내린 지침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에게는 민사 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총리는 설명했다. 총리는 리모주 시장을 거론하며 "부순 이들 개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상인 지원책도 나왔다. 세르주 파팽 통상장관은 약탈이나 파손 피해를 본 상점이 "아마 적어도 3,000곳"이라고 추산했다. 총리는 피해 상점의 휴업수당을 두고 "70%가 아니라 곧바로 100%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 조치는 장관 지침으로 다음 날인 20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상점 전용 지원기금도 풀기로 했다. 사회보험료·세금 감면과 기금 지원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총리는 밝혔다.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재고를 미리 들여놓은 상인이 많아 운영자금이 급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부는 주말부터 보험사와 협의해 손해 사정을 앞당기고 보험금 선지급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