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미) 재무부, 이란 '그림자 선단' 회사 만들어 준 그리스·파나마 로펌 제재…베선트 "우리 편 아니면 적"

워싱턴
미국 재무부가 21일(현지시간) 이란의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에 선박 회사를 차려 준 파나마·그리스 로펌을 제재했다. 재무부는 '이코노믹 아웃캐스트(Operation Economic Outcast)' 작전의 하나로 로펌 카르나키스 앤드 카르나키스(Karnakis and Karnakis)와 소유주·직원 5명, 선박관리회사와 해운 대리점 3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선박 9척은 차단 재산으로 지정됐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란 정권을 돕는 이들에게 "우리 편이든지 적이든지 둘 중 하나(Either you are with us or against us)"라며 선택을 요구했다.
재무부는 선박 회사를 등록해 준 로펌과 소유주·직원 5명을 함께 제재해
재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카르나키스 앤드 카르나키스는 수년간 법률 업무를 이용해 그림자 선단 선박을 소유하는 해운회사들을 등록해 왔다. 재무부는 이 로펌이 이란산 원자재의 은닉과 운송을 도왔고, 이를 통해 이란 정권이 "군사·무기·핵 프로그램 자금(to fund its military, weapons, and nuclear programs)"을 마련하도록 간접적으로 거들었다고 밝혔다. 로펌은 이란 경제의 석유·석유화학 부문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행정명령 제13902호에 따라 제재됐다.
OFAC 제재 명단에 오른 로펌 주소는 두 곳이다. 하나는 파나마시티 50번가의 글로벌 플라자 빌딩 21층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 피레우스다. 명단에 적힌 설립일은 2006년 3월 13일, 업종은 '법률 활동'이다.
개인 5명은 모두 이 로펌을 대신해 행동했다는 이유로 제재됐다. 소피아노스 카르나키스 코스마스와 콘스탄티노스 카르나키스 코스마스는 로펌을 세워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는 파나마·그리스 이중국적자라고 재무부는 밝혔다. 이오아니스 카르나키스 코스마스는 로펌 직원이다. 재무부 보도자료는 그를 파나마·그리스 국적자로 소개했지만, OFAC 명단에는 국적이 파나마로만 올라 있다.
파나마 국적의 페드로 오르테가 존스와 로베르토 오르테가 존스도 로펌 직원이다. 재무부는 로베르토 오르테가 존스가 로펌이 등록한 여러 회사에서 이사와 임원 자리를 맡고 있다고 밝혔다. 다섯 명의 출생 연도는 1972년부터 1982년 사이다.
베선트 장관은 로펌 사무실에 앉아 있어도 찾아내 제재한다고 경고해
베선트 장관은 보도자료에서 "바다에서 불법 석유 환적을 하든, 로펌 구석 사무실에 앉아 있든(Whether you are conducting illegal oil transfers at sea or sitting in the corner office of a law firm)" 이란 정권을 지원한다면 "찾아내 제재하겠다(we will find you and sanction you)"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어 "이란의 조력자들은 선택해야 한다. 우리 편이든지 적이든지 둘 중 하나다(Iran's facilitators must make a choice: Either you are with us or against us)"라고 했다. 베선트 장관은 재무부가 조력자들이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국무부도 같은 날 토미 피곳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냈다. 성명 제목은 '이란 그림자 선단 운영을 돕는 서비스 제공자의 정체를 드러낸다'이다. 피곳 대변인은 미국이 이란 정권의 제재 회피와 불안정 활동 자금 마련을 돕는 전문 서비스 제공자들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 로펌이 "이란산 석유와 석유화학제품, 철강을 나르는 선박의 실소유주를 숨기려고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set up shell companies to hide the true owners of vessels carrying Iranian oil, petrochemicals, and steel)"고 밝혔다.
이코노믹 아웃캐스트 작전은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두 달째 이어져
재무부는 8월 24일 '경제 디데이(Economic D-Day)'라는 이름을 붙여 이코노믹 아웃캐스트 작전을 발표했다. 당시 재무부 보도자료는 이 작전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at President Trump's direction)" 시작됐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그날 행정명령 제13902호에 따라 디지털 자산·기술·금·항공·해운 5개 부문을 새 제재 대상 부문으로 정했다. 같은 날 핵·미사일 조달과 사이버 작전, 석유 수익 창출망에 얽힌 법인·개인·선박 60건 가까이가 제재 대상이 됐다.
베선트 장관은 8월 발표에서 "이 폭압적인 정권을 지탱하는 모든 경제적 생명줄을 끊어 테헤란이 홀로 남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Our objective is to sever every economic lifeline that sustains this tyrannical regime until Tehran stands alone)"라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은 더 이상 이란의 위협을 관리하지 않는다. 끝내고 있다(America is no longer managing the Iranian threat. We are ending it)"고도 했다.
이번 보도자료에서 재무부는 이 작전이 이란 정권을 지탱하는 "남은 경제적 생명줄을 끊고 있다(severing the remaining economic lifelines)"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란이 석유를 밀수하고 제재를 피하며 테러 자금을 대는 데 쓰는 네트워크와 조력자, 금융 통로를 파악했다고 했다. 재무부는 이란의 돈세탁이나 제재 회피를 돕는 곳은 미국 금융 시스템에서 차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3일 전인 10월 8일에도 재무부는 같은 작전 이름으로 그림자 선단 선박 17척을 제재했다. 재무부는 당시 조치가 이란에 남은 그림자 선단 네트워크의 "대부분을 사실상 무력화한다(effectively neutralizes the vast majority)"고 주장했다. 당시 명단에는 중국·홍콩에 근거를 둔 회사들도 들어 있었다.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도 움직이고 있다. 재무부는 FinCEN이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FinCEN은 은행비밀법 조항(31 U.S.C. § 5318(k))에 따른 첫 행정 소환장을 발부해 "그리스 은행 한 곳의 이란 및 그 대리 세력과의 잠재적 연계(a Greek bank's potential ties to Iran and its proxies)"를 조사하고 있다. 해당 은행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FinCEN은 OFAC가 제재한 이란 금융기관과 은행들의 거래 관계에 대해서도 여러 건의 정보 제출을 요청했다.
로펌이 세운 선사들은 이미 이란 석유 운송으로 제재 명단에 올라 있어
재무부는 카르나키스 앤드 카르나키스가 스키로스 해운무역(Skyros Maritime and Trading S.A.), 코르푸 해운무역(Corfu Maritime and Trading S.A.), 엘리아스 해운무역그룹(Elias Shipping and Trading Group S.A.) 등을 세웠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세 회사 모두 이란 석유와 석유제품 거래에 쓰인 선박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앞서 제재됐다고 했다.
스키로스는 2026년 4월 24일 제재됐다. 당시 재무부는 스키로스가 소유한 파나마 선적 유조선 HH 글로리(IMO 9534614)가 2025년부터 이란산 액화석유가스(LPG) 수십만 배럴을 실어 날랐다고 밝혔다. 코르푸는 2025년 11월 20일 제재 명단에 올랐다. 재무부는 당시 코르푸를 포함한 파나마 회사 4곳이 그림자 선단 선박을 소유하거나 운항하며 이란산 LPG와 석유제품 수백만 배럴을 주로 남아시아 고객에게 날랐다고 밝혔다. 코르푸가 이해관계를 가진 가스 아테나(IMO 9267950)도 이때 차단 재산으로 지정됐다.
엘리아스 해운은 2024년 11월 14일 대테러 행정명령 제13224호에 따라 제재됐다. 재무부는 엘리아스가 유조선 라모나 1(IMO 9233222)의 소유주로, 시리아 기업 알카티르지(Al-Qatirji)의 위장 회사 노릇을 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알카티르지가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IRGC-QF)과 예멘 후티를 위해 이란산 석유 수백만 배럴을 팔았다고 했다. 2024년 재무부 보도자료는 알카티르지를 쿠드스군의 주요 자금 통로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재무부는 이번 보도자료에서 알카티르지가 쿠드스군이 이란 석유 판매로 "한 해 수억 달러(hundreds of millions of dollars a year)"를 벌고 쓸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로펌은 이란 LPG 거물 세예드 아사돌라 에맘조메의 해운 제국에도 손을 댔다. 재무부는 로펌이 에맘조메 회사 여럿의 법인 대리인을 맡았고, 그 가운데 여러 곳이 결국 제재됐다고 밝혔다. 에맘조메 본인은 2025년 4월 22일 행정명령 제13902호에 따라 제재됐다. 재무부는 당시 그의 네트워크가 수억 달러어치의 이란산 LPG와 원유를 실어 날랐다고 밝혔다.
록셋 선박 7척 가운데 3척은 지난 1년 이란산 석유화학제품과 철강을 실어 날라
선박 7척은 그리스 피레우스에 사무실을 둔 록셋 해운무역(Roxette Maritime Shipping and Trading S.A.)이 운항·관리한다. 카르나키스 앤드 카르나키스는 록셋의 법인 대리인이다. 록셋은 이란 경제의 석유화학 부문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제재됐다. OFAC 명단에 적힌 록셋의 설립일은 2023년 1월 3일이다.
차단 재산이 된 록셋 선박은 모두 파나마 선적이다. OFAC 명단은 아네모스(1999년 건조)·데스티니(2009년)·하모니(2010년)를 일반화물선으로, 플라밍고 1·글로리스·프린스(이상 2010년)와 프라이드(2011년)를 벌크선으로 분류했다. 7척 가운데 유조선으로 분류된 배는 없다.
재무부는 이 가운데 아네모스와 글로리스, 프라이드 3척이 지난 1년 사이 석유화학제품과 철강을 포함한 이란산 화물을 여러 차례 실어 날랐다고 밝혔다. 나머지 4척의 운송 내역과 화물의 목적지는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