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풍력터빈 수입 '안보 위협' 판정…관세 대신 180일 교역국 협상 지시

워싱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풍력터빈과 그 부품·하위부품 수입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포고문을 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상무부 조사 결과를 받아들인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관세를 매기는 대신 상무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교역 상대국과 협상해 180일 안에 진행 상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백악관은 포고문 전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장관의 '안보 위협' 판단에 동의해
포고문에 따르면 상무장관은 최근 90일 안에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19 U.S.C. 1862)에 따른 조사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상무장관은 보고서에서 풍력터빈과 그 부품·하위부품 수입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다(threaten to impair the national security of the United States)"고 결론 내리고 232조 (d)항에 따른 조치를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와 232조 (d)항의 고려 요소를 검토한 뒤 "상무장관의 판단에 동의한다(I concur with the Secretary's finding)"고 밝혔다.
상무장관은 수입을 조정하기 위한 "여러 조치(a range of actions)"를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가운데 교역 상대국과의 협상을 택했다. 포고문은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려면 "외국 교역 상대국과 협상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고 적절하다(it is necessary and appropriate to enter into negotiations with foreign trading partners)"고 밝혔다. 보고서의 구체적인 권고 내용과 제출 날짜는 포고문에 공개되지 않았다. 포고문은 상무장관이 꼽은 위험으로 원격 조작을 허용할 수 있는 외국산 부품의 사이버보안 결함, 전력망과 기반시설 교란, 영공 간섭, 레이더 간섭을 나열했다.
조사는 1년여 전에 시작됐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2025년 8월 25일 연방관보(90 FR 41380)에 게재한 공고에 따르면 상무장관은 그해 8월 13일 풍력터빈과 그 부품·구성품 수입에 대한 232조 조사를 개시했다. 의견 접수 마감은 2025년 9월 9일이었다. 공고에 서명한 사람은 로비 손더스 BIS 기술안보 담당 부차관보이고, 문의처는 BIS 전략산업·경제안보실 국방산업기반과의 스티븐 애슬 과장이었다.
BIS는 연방규정집 15 CFR 705부(국가안보 산업기반 규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의견 수렴 항목에는 풍력터빈과 부품의 현재·향후 미국 내 수요, 국내 생산으로 그 수요를 얼마나 충족할 수 있는지, 주요 수출국 공급망이 미국 수요를 채우는 데 하는 역할이 들어갔다. 수입 의존을 줄이기 위해 국내 생산 능력을 늘리는 것이 가능한지, 현행 무역정책이 국내 생산에 미치는 영향과 관세·수입할당 같은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도 물었다. 외국이 풍력터빈 공급망을 통제하거나 악용할 가능성도 의견 수렴 대상이었다. 접수 서류는 규제 포털(regulations.gov) 문서함 BIS-2025-0191로 받았다. 기밀 영업정보가 담긴 의견서는 해당 쪽마다 'BUSINESS CONFIDENTIAL'을 표시하고, 공개본은 'PUBLIC'으로 표시해 따로 내도록 했다.
상무부는 풍력이 불안정한 전원이라 전력망에 부담을 준다고 판단해
상무장관 판단의 첫 축은 전력망이다. 포고문은 상무장관이 "풍력은 신뢰할 수 없고 간헐적인 에너지원(wind energy is an unreliable and intermittent energy source)"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력망 운영자들이 "출력을 빠르게 올리는 화석연료 예비 발전기에 자주 의존해야 한다(grid operators must frequently rely upon fast-ramping fossil fuel backup generators)"는 것이다. 포고문은 그 결과 운영비가 오르고 정비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포고문은 안정적으로 출력을 내는 화석연료·원자력 발전과 풍력을 대비했다. 풍력은 미국 유틸리티 규모 발전량의 "작은 부분(small portion)"을 차지하는 데 그친다고 적시했다. 상무장관은 풍력 사용이 미국 전력망을 "더 믿을 만한 에너지원에서 멀어지게 한다(diverts the United States electrical grid from more reliable energy sources)"고 판단했다. 풍력에 들어간 자원을 국가·경제 안보에 필수적인 더 믿을 만한 에너지원을 강화하는 데 쓸 수 있었다는 것이 상무부 판단이다.
해외에서 만든 네트워크형 인버터는 원격 조작 위험이 있다고 봐
두 번째 축은 사이버보안이다. 포고문은 외국산 풍력 제품, 그중에서도 네트워크에 연결된 인버터가 미국 전력 체계에 대한 원격 접근과 간섭을 허용할 수 있는 "악용 가능한 취약점(an exploitable vulnerability)"이라고 밝혔다. 공격자가 발전을 장악하면 전력 공급 차질이나 설비 파괴 공작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포고문은 인버터를 터빈이 만든 전기를 전력망이나 지역 계통에서 쓸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포고문은 "이 인버터 대부분은 미국 밖에서 생산된다(The vast majority of these inverters are produced outside the United States)"고 적시했다.
상무장관은 풍력 제품에 전력 공급 차질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사이버보안 취약점(serious cybersecurity vulnerabilities)"이 있다고 판단했다. 포고문은 이런 취약점이 풍력터빈에 대한 원격 제어 접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적었다.
터빈이 만드는 레이더 '클러터'는 항공관제와 국방 임무를 방해해
세 번째 축은 레이더다. 포고문에 따르면 풍력터빈은 지상·공중 레이더에 '클러터(clutter)'를 만든다. 클러터는 레이더의 탐지 감도를 떨어뜨리고, 잠재적 표적을 가리고, 가짜 표적을 만들고, 레이더 반사파를 흩뜨린다. 포고문은 일부 완화 기법을 쓰면 오히려 표적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고문은 이런 간섭이 항공관제와 기상 예보, 국토안보, 국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민감한 핵심 기반시설을 노리는 허가받지 않은 항공기도 위협으로 거론했다.
네 번째 축은 수입 의존이다. 포고문은 미국이 풍력 부품과 하위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이런 수입이 지난 10년 동안 늘었다고 밝혔다. 블레이드(날개) 같은 일부 품목은 "국내 생산 능력이 의미 있게 늘지 않았다(domestic manufacturing capacity for certain products, such as blades, has not meaningfully increased)"고 적시했다.
상무장관과 USTR은 180일 안에 협상 결과를 보고해야 해
포고문 본문은 다섯 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제1조는 상무장관과 USTR 대표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행정부 고위 관리와 함께 위협에 대응하는 협정 협상을 공동으로 추진하거나 이어 가도록 했다. 제2조는 두 사람이 대통령에게 협상 진행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되 포고문 날짜로부터 180일 안에 적어도 한 번은 보고하도록 했다. 제3조는 상무장관이 풍력 관련 수입을 계속 감시하고, 추가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생기면 대통령에게 알리도록 했다.
협상이 실패하면 다른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포고문은 232조에 따른 대통령의 조치에 협정 협상과 함께 관세 등 다른 조치를 넣을 수 있다고 밝혔다. 19 U.S.C. 1862(c)(3)(A)(i)에 따른 협정이 180일 안에 맺어지지 않거나, 이행되지 않거나, 효과가 없으면 대통령이 수입을 조정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다른 조치(other actions he deems necessary)"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고문은 조치 근거로 232조와 1974년 무역법 604조, 대통령 권한 위임을 정한 미국 법전 3편 301조를 들었다. 포고문은 무역법 604조가 대통령에게 관세율 변경·부과를 미국 통일관세표(HTS)에 반영할 권한을 준다는 점도 적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7월 9일 상업용 항공기·제트엔진·부품에 대한 232조 포고문에서도 같은 방식을 택했다. 당시 상무장관은 232조에 따른 즉시 관세를 매기지 말 것을 권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장관과 USTR 대표에게 협상을 추진해 180일 안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포고문도 대통령이 "향후 다른 구제 수단을 검토할 수 있다(may consider alternative remedies in the future)"고 밝혔다.
철강·알루미늄·구리 관세는 풍력 부품에 그대로 유지돼
이번 포고문은 기존 관세를 건드리지 않았다. 포고문은 철강·알루미늄·구리를 상당량 포함한 일부 풍력 부품과 하위부품이 이미 232조 관세 대상이라고 밝혔다. 근거는 2018년 3월 8일 알루미늄 포고문 9704호와 철강 포고문 9705호, 2025년 7월 30일 구리 포고문 10962호다. 제4조는 "이 포고문의 어떤 내용도 포고문 9704호에 따라 부과된 관세를 바꾸지 않는다(Nothing in this proclamation modifies the tariffs imposed pursuant to Proclamation 9704)"며 세 포고문에 따른 관세를 그대로 둔다고 규정했다. 제5조는 이전 포고문·행정명령 가운데 이번 포고문과 충돌하는 부분만 효력을 잃게 했고, 일부 조항이 무효가 되더라도 나머지 조항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정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매겨지는 품목도 넓어진 상태다. BIS는 2025년 8월 19일 연방관보(90 FR 40326)에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개 관세품목번호(HTS)를 관세 대상에 추가한다고 고시했다. 이 관세는 2025년 8월 18일 0시 1분(미 동부시간) 이후 통관분부터 적용됐고, 제품 가운데 철강·알루미늄 함량에 매겨진다. 철강·알루미늄 이외 부분에는 다른 관세가 그대로 적용된다. BIS는 다른 조사나 무역법 절차의 대상인 60개 세번은 추가 목록에서 뺐다. 추가 목록에는 풍력타워 반덤핑 명령이 관세 분류로 적시한 8502.31.0000이 들어 있다. 7308.20 호(號)에서는 7308.20.0035가 목록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