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서류 54.9% 감축'에 기존 공동이용 서류도 포함…정부 IMD 집계 기업여건은 53위로 밀려

서울
정부가 창업기업 행정서류 2,756개(54.9%)를 폐지·면제·간소화하겠다며 내놓은 감축 숫자에는 기존 행정정보 공동이용 서류가 포함됐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국무조정실은 10월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통령 소속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창업기업 규제합리화 방안」과 창업기업 행정서류 재설계 방안을 올리고, 병역·출산으로 경영이 끊긴 창업자의 지원 기간을 최대 5년 늘리는 특례 등 10개 과제로 "국가창업시대 전환"을 앞당기겠다고 설명했다. 방안은 배경으로 '기업환경 32위'를 들었지만, 재정경제부가 6월 낸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평가에서 한국의 기업여건 순위는 50위에서 53위로 떨어졌다.
서류 2,756개 감축 숫자엔 기존 공동이용 서류도 들어가
정책브리핑에 실린 정부 설명은 "창업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행정서류 5021개 중 기존 행정정보 공동이용 서류를 포함한 2756개 서류(54.9%)를 폐지·면제·간소화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감축 숫자에 공동이용 서류가 들어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러나 정부 자료에 나온 숫자는 5,021개라는 모수, 2,756개라는 합계, 54.9%라는 비율 셋뿐이다. 공동이용 서류 몫과 폐지·면제·간소화 세 갈래별 개수는 하나의 합계 안에 묶였다.
감축 방식은 세 가지로 소개됐다. 사업자 선정에 영향이 없는 서류는 없애고, 비슷하거나 겹치는 서류는 하나로 묶으며, 제출 시기와 위험도에 따라 제출 수준을 달리한다. 동의서·서약서는 온라인에서 체크하는 전자동의로 바꾼다. 사례로는 농림축산식품부 'K-푸드 창업사관학교' 신청 때 대표자 인적사항 서류를 폐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글로벌게임허브센터 입주 신청 때 표준재무제표증명과 중소기업확인서 등 서류 6개 제출을 면제한 것이 제시됐다.
서류 감축 발표는 나흘 사이에 두 번 나왔다. 행정안전부는 10월 19일 "중앙부처 및 지방정부 1,658개 행정서비스의 제출서류를 간소화했으며" 간소화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수단은 "행정정보 공동이용과 공공 마이데이터 등 전산망"이었고, 감축 대상으로 "소상공인·사업자, 장애인·노인·취약계층, 생활·요금감면 등 국민 체감형 서비스"를 꼽았다. 행안부가 성과로 든 숫자는 서비스 1,658개와 "2024년 이후 누적 1억 건 이상의 정보 조회"였다. 간소화한 서비스 가운데 시·군·구 등 지방정부 몫은 55.6%였고, 앞으로도 "행정정보 공동이용 대상 정보의 지속적 발굴 및 전산망 활용 확대 등을 통해 서류 간소화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행안부는 서비스 1,658개를, 중기부·국조실은 서류 2,756개를 내세웠다. 두 발표 모두 행정정보 공동이용을 핵심 수단으로 삼았지만, 사업자 대상 서류 가운데 어느 부분이 겹치는지는 각자의 숫자로는 가려낼 수 없다.
10개 과제는 시행령·규약을 고쳐야 현장에 닿아
중기부가 내놓은 창업기업 규제합리화 과제는 세 묶음, 10개다. 첫 묶음은 창업지원 기준 개선이다. 대표자의 병역·출산으로 경영 공백이 생기면 중소기업창업법이 창업기업으로 보는 업력 7년에 더해 최대 5년까지 창업지원을 받도록 특례를 만든다. 업력 3년 미만 창업기업은 정부 연구개발(R&D) 과제 신청 때 부채비율·자본잠식 같은 재무건전성 기준으로 미리 걸러내지 않고 선정평가 심사기준으로 대체한다. 벤처스튜디오 모델로 창업한 기업은 액셀러레이터(AC) 투자지분이 50% 이상이어도 창업기업으로 인정한다.
둘째 묶음은 금융·투자다. 초기 창업기업의 한도제한계좌 해제 요건을 은행마다 같게 맞추는 공동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창업지원사업 선정이력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확인을 거친 경우를 해제 근거로 더한다. 모태펀드가 출자한 자펀드는 지금처럼 출자자 전원 동의가 없어도 일정 수준의 출자자 동의로 존속기간을 늘릴 수 있게 표준규약을 고친다. 벤처기업 확인에 쓰이는 투자실적 인정 기관은 21개 유형에서 23개 유형으로 늘린다. 기술특례상장 복수평가는 평가기관 공통 제출자료와 표준서식을 만든다.
셋째 묶음은 재도전이다. 성실경영평가(성실실패 제도)를 범부처로 넓히고 기준을 "성실성(재기노력) 중심으로" 바꾼다. 개인사업자가 이종 개인사업을 추가로 시작하거나, 기존 법인 임원이 단독으로 지분 50%를 넘게 가진 법인을 세우는 경우도 창업으로 인정하도록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시행령」을 고친다. 법인 대표자 경력과 창업준비 경력 등을 담는 "(가칭)도전·창업경력서"도 새로 만든다.
과제들이 현장에 닿으려면 벤처기업법 시행령,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시행령, 전문평가제도 운영지침, 모태펀드 표준규약을 차례로 고쳐야 한다. 성실실패 특례는 "우선 중기부 사업에 전면 적용"하고 다른 부처로는 협의를 거쳐 넓힌다고 했다. 투자기관을 자산운용사까지 넓히는 일은 "향후 자산운용사까지 단계적 확대를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
정부는 출산·병역 공백 구제와 재도전 지원을 앞세워
정부는 이번 방안이 현장의 불합리를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지금은 "대표자의 병역·출산 등 불가피하게 경영공백이 발생하더라도 업력 산정 시 예외가 없어" 지원에서 밀려난다고 밝혔다. 정책브리핑은 특례가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 청년 창업가의 부담을 덜고, 병역 이행 전 예비창업가의 조기 창업을 유도하려는 취지라고 전했다. AC 지분이 50% 이상이면 창업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해 "지원에서 소외"되던 문제, 법인 대표 경력이 "조회 불가"였던 문제도 정부가 직접 든 개선 이유다.
중기부는 다른 과제에서도 현행 제도의 문제를 짚었다. 정부 R&D의 재무건전성 신청 제한은 부처마다 기준이 다르고, 기술특례상장은 "평가기관별 자료요건·평가기준이 상이하여" 기업이 기관마다 자료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투자회사와 일반 집합투자기구를 거친 투자는 벤처기업 확인용 투자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왔다. 기존 사업과 업종이 다른 창업도 "기존 사업의 연속·확대로 판단 시 창업에서 제외"되던 것을 풀겠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이런 기준이 "획일적·경직적"이었다고 보고 첫 번째 개선 묶음의 이름으로 삼았다.
규제를 계속 찾아내는 장치도 내놨다. 중기부는 민간 협단체 규제혁신 네트워크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규제 스크리닝(사전검토)으로 "창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폭넓게 발굴"하겠다고 했다. 규제합리화위원회 아래에는 민간 전문가와 관계부처가 함께 논의하는 '창업벤처규제혁신위원회'를 새로 두고, 스타트업 공동 규제실증 프로젝트와 광역연계형 규제자유특구 같은 실증 통로도 넓힌다.
이 대통령은 "얼마나 많은 투자, 창업, 일자리"를 만들었는지도 중요하다고 말해
이재명 대통령은 회의에서 "새로운 기술과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불편한 규제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개선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발언에서는 "규제합리화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필수적 과제"라고 했다. 창업을 두고는 "국가창업시대는 누구나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국가적으로는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서 "막상 창업하려고 보면 정보도 부족하고 규제도 복잡하고 내라는 서류도 많은 어려움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편의적인, 꼭 필요하지 않은 관행적인 규제들은 과감하게 걷어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시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성과를 재는 잣대도 직접 제시했다. "몇 건의 규제를 개선했느냐도 중요하지만 규제를 바꿈으로써 얼마나 많은 투자, 창업, 일자리를 만들어냈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회의에 오른 창업 방안에서 숫자로 제시된 것은 서류 5,021개 중 2,756개 감축, 지원 기간 최대 5년 연장, AC 지분 50% 기준, 투자기관 유형 21개에서 23개로 확대 같은 제도 변경치로 채워졌다.
이번 회의는 4월 15일 1차 전체회의 이후 6개월여 만에 열린 두 번째 전체회의다. 정책브리핑의 사전 안내에 따르면 민간 부위원장 3명, 민간위원 25명, 안건 관련 기업·전문가 40여 명, 국무총리와 관계부처 장·차관 등 정부 측 17명, 청와대 비서실장·정책실장 등 100여 명이 참석 대상이었다. 회의는 두 세션으로 짜였다. 초격차 첨단산업 육성 및 지방주도 성장 세션에서는 국무조정실이 "메가프로젝트 및 5극3특 성장엔진 지원을 위한 규제합리화 방향"을 보고하고 로봇, 반도체, AI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바이오 분야 규제 애로 해소 방안을 발표하는 순서다. 국가창업시대 세션은 창업기업 규제 합리화 방안과 "창업기업 행정서류 재설계 추진방안과 주요 사례"를 발표한 뒤 자유토의를 하는 구성이었다.
'기업환경 32위'엔 출처 표기가 없고, 재경부 IMD 집계로는 기업여건이 53위로 떨어져
중기부 보도자료는 방안의 배경으로 "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 종합 순위는 글로벌 20위권 내로 양호한 수준이나, 규제·행정절차 등 기업환경 수준(32위)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썼다. 이 32위가 어느 기관의 어떤 지표이고 몇 년 기준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같은 문단에서 기관명과 시점이 붙은 자료는 각주로 단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2025년 12월 조사뿐이다. 중기부는 이 조사에서 스타트업이 꼽은 개선과제 2위가 규제 완화였다는 점을 방안의 근거로 함께 제시했다.
정부가 직접 낸 국제 비교 자료의 숫자는 다르다. 재정경제부가 6월 18일 발표한 2026년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서 한국은 70개국 중 21위로 전년(27위)보다 6계단 올랐다. 그러나 정부효율성 분야는 31위로 제자리였다. 재경부는 이 분야를 두고 "조세정책(30→22위), 제도여건(24→21위), 사회여건(36→30위) 부문에서는 순위가 올랐으나 재정(21→22위), 기업여건(50→53위) 부문 순위 하락이 상쇄했음"이라고 적었다.
같은 평가에서 기업효율성 분야는 44위에서 34위로 크게 올랐다. 재경부는 생산성·효율성(45→34위), 노동시장(53→45위), 금융(33→29위), 경영관행(55→49위), 태도·가치관(33→18위) 등 "모든 부문에서 순위가 올랐"다고 밝혔다. 6월 24일 협의회 자료는 기업효율성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기업 경영환경 인식 개선"과 주식시장 활성화를 꼽았다. 기업효율성이 열 계단 오르는 동안 정부효율성은 31위에 머물렀고, 그 안의 기업여건은 세 계단 내려갔다.
재경부는 6월 24일 국가경쟁력 정책협의회를 열어 이 결과를 분석하고 분야별 과제로 규제 합리화와 "기업 제약 제도 개선"을 꼽았다. 4개월 뒤 나온 창업 규제 방안이 근거로 든 순위는 출처 표기 없는 32위였다.
스타트업 1순위 요구는 자금인데 금융 과제는 규약·시행령 손질로 채워져
중기부가 보도자료에 인용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2025년 12월)에서 스타트업이 꼽은 시급한 정부 개선과제 1위는 "자금확보 및 투자활성화"였다. 2위가 "각종 규제 완화", 3위가 "M&A·IPO 활성화 지원"이었다. 정부가 근거로 든 조사에서도 규제보다 돈 문제가 앞섰다.
이번 방안의 금융·투자 과제 4개는 은행 공동 가이드라인 정비, 모태펀드 표준규약 개정, 벤처기업법 시행령상 투자기관 유형 2개 추가, 기술특례상장 평가 서식 표준화다. 네 과제 모두 절차와 요건을 바꾸는 내용이다. 모태펀드 과제는 이미 결성된 자펀드의 존속기간 연장 요건을 낮추는 것이고, 조사 3위였던 M&A·IPO와 맞닿은 과제는 기술특례상장 평가 서류를 표준화하는 1건이다. 과제 목록에 오른 금액은 한도제한계좌의 1일 이체한도(ATM 100만원, 전자금융거래 100만원, 창구 300만원)다. 한도제한계좌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막으려고 신규 개설 계좌에 1일 거래한도를 거는 제도다. 중기부는 지금은 "금융회사 및 지점별로 해제 판단이 상이"하다며, 은행별 요구수준이 "동일하고 예측 가능하도록" 맞추겠다고 했다. 해제 문턱이 실제로 얼마나 낮아지는지는 새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따질 수 있다.
성실실패 확대는 정부가 한계로 든 '중기부 한정'에서 다시 출발해
성실실패 제도는 중기부가 현행 제도의 한계로 "적용 범위가 중기부 및 일부 기관에 한정"된 점을 들었다. 그런데 개선안의 첫 단계도 "우선 중기부 사업에 전면 적용"하는 것이고, 다른 부처 사업으로 넓히는 일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으로 남았다. 범부처 확대라는 과제 이름과 달리 다른 부처 사업에 언제 적용될지는 부처 간 협의 결과에 달렸다. 창업경력 인증서는 이름부터 "(가칭)도전·창업경력서"로 붙은 단계이고, 고용노동부 통합경력증명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2016년부터 운영된 성실경영평가는 중기부가 "재기지원 대상을 선별하여 융자·보증 우대 등을 지원"하는 제도로, 개편안은 평가 기준을 기술사업성에서 "성실성(재기노력) 중심으로" 바꾼다. 행정서류 감축의 효과는 2,756개 가운데 창업자가 실제로 더 내지 않게 되는 서류와 기존 공동이용 서류가 각각 몇 개인지에 달려 있다. 새로 생길 창업벤처규제혁신위원회는 "민간전문가와 관계부처가 함께 규제합리화 방안을 논의하는" 기구로 소개됐다. 창업기업 과제는 중기부 창업정책과가, 행정서류 감축은 국무조정실 규제총괄정책관실이 맡는다.
출처 (KST)
- 중소벤처기업부 보도자료(정책브리핑 게재) · 2026-10-23 · 국가창업시대 전환 가속화를 위해 창업기업 규제 합리화 추진 · https://m.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786326&gubun=pressRelease&pageIndex=1&repCode=
- 정책브리핑 정책뉴스(국무조정실·중소벤처기업부) · 2026-10-23 · 병역·출산 땐 창업지원 최대 5년 연장…행정서류 2756개 줄인다 · https://m.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74193&pageIndex=1&cateId=&repCode_P=&smenu=EDS01
- 정책브리핑 정책뉴스 · 2026-10-23 · 이 대통령 "신산업 막는 낡은 규제 과감히 개선…필요한 규제는 강화" · https://m.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74225&pageIndex=1&cateId=&repCode_P=&smenu=EDS01
- 정책브리핑 정책뉴스 · 2026-10-20 · 이 대통령, 23일 제2차 규제합리화위원회 주재…메가프로젝트 등 논의 · https://m.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73937
- 재정경제부 보도자료(KDI 경제정보센터 게재) · 2026-06-18 · '26년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한국은 70개국 중 21위로 6단계 순위 상승 · 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do?num=282936
- 재정경제부 보도자료(KDI 경제정보센터 게재) · 2026-06-24 · 국가경쟁력 정책협의회 개최 · 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do?num=283218
- 행정안전부 보도자료(KDI 경제정보센터 게재) · 2026-10-19 · 행안부, 1,658개 행정서비스 제출서류 간소화 완료... 국민 불편 대폭 해소 · 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do?num=288245&pg=&pp=&device=&search_txt=&topic=&type=J&depth1=M0000&depth2=M0100